영미법과 대륙법

 현대 세계 법제도는 대륙법계와 영미법계가 대립한다. 국경과 민족을 초월하고 현대 세계 각 국 법제는 이 두 거인의 혈통으로 나뉜다. 

 J,H.Wigmore의 세계 법계의 파노라마를 보면 그 외에도 이집트 법계, 모하마드 법계, 중국법계, 그리스법계 등 총 16개의 법계가 지금도 아직 많은 민족의 생활을 규율 하고 있는 것을 세밀히 서술한다. 그러나 이러한 종교적 민속적인 법계는 특별 종교, 민족과 긴밀히 결합되어 있을 뿐, 그 종교를 신봉하지 않거나 그 민족에 속하지 않는 사람들에게까지 파급되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그러한 특별한 법계의 나라에서도 친족, 상속 같은 한정된 분야를 제외하고는 대륙법이나 영미법의 강한 영향 아래 있다. 순수한 중국법계나 순수한 모하메드법계의 나라는 없다. 그으 ㅣ토착법이 대륙법이나 영미법의 강한 영향으로 변용되어 그 토착법 자신의 색채보다도 오히려 대륙법이나 영미법계의 후예의 하나로 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세계 법제는 대륙법계와 영미법계의 두 부류로 나뉜다고 할 수 있다.

 동양에서는 중국, 일본, 태국, 베트남, 프랑스령 인도차이나, 네덜란드령 인도차이나, 캄보디아, 시리아, 터키, 이란 등이 대륙법계에 속하고, 호주,뉴질랜드, 인도, 버마, 영국령 말레이시아, 보르네오,파키스타,팔레스타인 등은 영미법계에 속한다.그리고 필리핀은 한때 스페인 통치에 있었던 이유로 대륙법계와 영미법계가 복합적으로 지배한다. 유럽에서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폴란드, 헝가리, 오스트리아, 스위스, 스웨덴, 핀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불가리아, 유고슬라비아, 덴마크,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아이슬란드, 그린란드 등 대륙 각국은 대륙법계이고 영국과 아일랜드가 영미법계에 속하나 스코틀랜드는 양법계의 복합체이다.....

 이 두 법체계의 대립을 조급히 통일하려 함은 오늘에 잇어서는 아직 유토피아에 가깝다. 제1차 세계대전 후 세계적 법률통일이 고창되었을 무렵, 국제 연맹의 힘으로 어음 수표법의 세계 통일이 시도되엇으나, 영미 양국은 이에 가입하지 않았다. 따라서 통일 어음법과 통일수표법은 대륙법계 사이이 통일로 그쳤는데, 이에 대한 기억이 아직도 새롭다. 연혁적으로도 같은 상관습법에서 나온 법의 분야이고 또 이론적으로도 통일의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되는 순기술적인 어음법의 분리에 있어서도 벌써 그러하니 하물며 법의 다른 분야에 있어서는 오죽하랴.

 우리는 이 양법계의 대립의 현실을 직시하여야 한다. 40년 간이나 가장 순수한 형태의 대륙법계인 독일계 일본법 밑에서 살아온 우리는 이제 좋든 싫든 영미법을 대하여야 할 이 때, 대륙법과 영미법계와의 관계에 대한성찰을 깊이 하여야 한다. 이러한 견지에서 이 글에서는 다음과 같은 문제를 생각해 보려고 한다.

 우선 대륙법계의 실마리가 되는로마법이 어떻게 흐르고 발전을 거듭하여 유럽대륙을 석권하고 일본까지 영향을 미쳤는지 대륙법계의 발전에 대해 알아보자.

 다음에는 이 대륙법의 범위 밖에서 역사적 개성을 지키고 섬나라 영국에서 자라난 영국법이 어떻게 한 법계를 이루었는지 영미법계의 탄생을 살펴보자.

 또 다음으로 그러면 대륙법과 대립되는 영미법의 특징은 무엇인가?

 이러한 문제에 대하여는 영미법에 대한 참으로 깊은 지식이 요구된다. 더구나 영미법제사에 대한깊은 소양이 있어야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대륙법에 대한 얕은 지식밖에 없는 필자로서는 대담한시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조선의 법학도로서 현재 긴박헤가 요구되는 이 공통의 문제에 우선 몇 마디 해답을 해 보려 하였다.....

 -법정 제1권 제 1 호 (1946년 10월호) -제2 권 제 1호(1947년 1월호) 게재